1921년 ‘개벽’ 7월호에 발표한 작품. 어느 비오는 봄밤, 책을 뒤적거리는 남편 옆에서 아내가 전당잡힐 물건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그날 낮에 한성은행에 다니는 얌전한 소시민 T가 방문하여 자기 아내에게 사다줄 새 양산을 자랑하는 대목과 K, 즉 ‘나’가 작가되기를 결심하여 방랑을 끝내고 정착하기까지 자신의 반생을 회고하는 대목이 교차된다. 다음날 아침 장인의 생신 잔치에 동부인하여 참석하는 대목에서는, 여러 친척 앞에서 K(나)가 느끼는 자부심과 모멸감, 초라한 차림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 등, 심리적 갈등이 상세히 묘사된다.
현진건 19000~1943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이 사건 이후 서울 자하문 밖에서 양계를 하다가 실패하고,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으로 사망했다.